덧붙이며
21세기 돌봄 시스템의 실마리, 지원주택
본 연구는 지원주택 당사자 생애서사 연구참여자들의 현재 상황과 어려움이, 다양한 과거 사건들과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연구의 주요 방법론인 생애구술을 통해 연구참여자들의 삶 전반에 걸친 사건들 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이 그 일련의 사건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 대응하였는가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연구참여자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연구참여자들은 연구자에게 스스로 재구성한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 하면서 치유의 과정이자 자신감을 회복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의 생애 전반을 시스템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과정은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아가는 것이 왜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대한 공통적인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원주택 현장과 정책, 학계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시스템 매핑' 워크숍을 진행하여 그 원인을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표면적인 요소들은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아주 다양했지만, 그 심층에 자리한 원인은 우리사회 전체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집합적인 멘탈 모델과 이를 통해 형성된 제도와 법규 그리고 이에 근거해 운영되는 사회서비스들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계속 순환하며 서로를 강화하고 있다.
도전하는 모델
지원주택 모델은 표면적인 원인을 중심으로 보면 주거를 중심으로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온전히 훌륭한 모델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심층에 자리 잡은 원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면, 지원주택은 우리 사회가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 시스템과 인식에 대해 계속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도전하는 모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연구참여자들의 생애를 살피고 분석하면서 이들이 겪은 어려움들과 마주한 문제들은 그 개인의 판단과 결정보다는 이 사회가 가진 차별적인 구조로 인해 더욱 악화된 것임을 확인했다. 지원주택이 지향하는 사회 즉 누구든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기반한 사회다. ‘지원주택’은 삶이 펼쳐지는 현장에서 기존 시스템에 대해 질문하며, 새로운 현장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서사를 펼치며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지원주택은 이제 시범 사업을 넘어 본 사업이 되었다. 국제적인 흐름과 지역 사회 돌봄 시스템 구현과 관련된 정책들과 운동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원주택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과 경험을 새로운 모델을 계속적으로 등장시키면서 급진적 돌봄, 시민적 돌봄, 보편적 돌봄은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 모델을 통해 탈시설을 실현하고 지역사회 독립을 이룰 이들을 생각하면 수적인 확산 또한 중요하다. 나아가 규모적인 확산을 넘어서 다양한 수준의 새로운 모델들이 나타나도록 돕는 것 또한 지원주택의 주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이며, 그 삶들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있다. 개개인의 좋은 삶은 이 삶들이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면서 성장하고 발전했을 때 가능하다. 그동안의 돌봄은 시혜적인 접근에서 출발하여 필요한 것을 제공 하거나 개인이나 기관에서 전담하도록 구조화 되어왔고, 그 결과 온전하게 작동하는데 한계를 경험했다. 이제는 지역사회 전체가 서로 돌보는 공동체로 전환하여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연대하고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삶을 돌보아야 한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응축된 공간인 지원주택이 그 마중물이 되어 지역사회 돌봄 패러다임을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지원주택 자체로 또다른 섬으로 고립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지속가능하게 작동할 것이다.
본 연구 속에서 지원주택 입주자들이 이야기한 ‘새로운 서사’는 지원주택이 지향하는 사회로서, '21세기 돌봄 시스템'을 우리가 그려보는데 도움이 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돌봄 시스템’은 새로운 사회적 약속, 새로운 제도와 법률, 사회적 규범과 인식이 반복적으로 재구성 되어가며 도래할 것이다. 또한 개인의 불행과 결여로 해석되던 일들은, 좋은 삶을 위한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질문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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