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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생애서사 인터뷰를 바탕으로

우리는 일생 동안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 등 살아간다는 것은 ‘나다움’을 중심으로 삶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는 공간인 ‘집’에서 시작된다‘.


'좋은 삶’은 사회와 관계 맺으며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연구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연구참여자들의 대부분은 좋은 삶을 자기결정권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자유로움’이란 ‘자기의 선택대로 현재의 순간을 결정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자율과 독립에 반하는 통제, 억압, 그리고 착취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좋은 삶을 만들어나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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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화 님과 이용찬 님과 같이 시설 거주 경험이 있는 경우 “자유롭게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게 원하는 곳을 다니며 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느끼는 것”을 좋은 삶이라고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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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집이라는 공간에서 폭력을 무참하게 경험한 아리 님 역시 “자유로운 삶”을 좋은 삶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제가 너무 그동안 마음에 여유 공간이 없었어요. 청소하면서 창문을 보는데 바람이 저에게 와서 불고, 하늘은 맑고, 비행기는 지나가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자유로움이 느껴졌어요. 자유로운 삶이 좋은 삶이지 않을까요?”

—아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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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창작을 좋아하며 자유롭게 살았던 호영선 님은 시설로 이동되어 산 삶 14년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갑갑함과 무력감으로 죽음보다 못한 삶”이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지원주택으로 이사한 후 밤새도록 “후리덤” 을 외쳤다고 한다.


연구참여자들은 일의 중요성을 높이 인식하고 있었다. 동시에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일에 대한 불안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도드라지는 취약성으로 정상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불시에 배제를 당할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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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여성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안순화 님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좋은 삶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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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유제식 님은 좋은 삶은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바쁘게 움직이면서 어딘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정신 건강도 좋아지고” 있어 일의 중요성을 높이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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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퍼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효원 님은 사회에서 매일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일상을 ‘좋은 삶’이라고 인식하며, 본인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표현하였다.


“매번 일하러 출근하는 길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매일 매일 제가 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소득이 있다는 것은 제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원천인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사고, 먹고, 이룰 수 있는 삶. 이렇게 일하러 나가는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면 좋겠어요. 그게 저에게 좋은 삶이에요.”

—정효원 님


한편 우리는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공동체에 좋은 쓰임이 되면서 나의 존재를 인식한다. 자신만을 위해 살기보다 타인을 위해, 나아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일을 통해 실천하는 것으로 삶의 의미와 행복감을 찾아나갈 수도 있다.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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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 청(소)년으로 현재 자립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선 님은 바쁜 일상에서도 주말에는 어김없이 보육원으로 강연이나 멘토링 봉사를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저는 주말에 보육원에 친구들 만나러 가거든요. 강연이나 멘토링 봉사를 하는데요. 아무리 바빠도 멘토링은 한 번도 안 빠졌어요.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 나눠주는 그 순간이 좀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삶이... 그게 저한테는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에요. 누군가는 주말마저 너는 일을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를 하는데 주말에 친구들 만나고 이야기 들려주고 도움 주는 것이 저한테는 에너지를 다시 얻는 과정이라서... 굉장히 저한테 좋은 삶인 것 같아요.”

—신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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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열린복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정세순 님도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힘들게 살고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안녕을 신경 쓰며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갖기도 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안정적인 환경의 중요성이 두드러졌다. 이는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경제적 빈곤은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일’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것이 아닌, 생계수단으로서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자아를 실현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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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자녀인 박정문 님은 경제적 여건을 ‘좋은 삶’의 기본으로 생각하였고, 이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야 사람들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필요로 하였다.


“옛날에는 개인의 행복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돈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당장 대학 등록금을 못 내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좋은 삶은 기본적인 것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다음 가족이나 누군가가 떨어지지 않고 옆에 있어 함께 밥 먹고 하는 것, 그것이 좋은 삶 같아요.”

—박정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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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정적인 관계에 대한 욕구는 노숙 경험이 있는 지원주택 거주자 한만석 님에게서 드러난다. 지원주택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된 후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화기애애”한 삶을 살고 싶은 희망을 나타내며 ‘좋은 삶’과 연결지었다.


마지막으로 관계의 범위가 내 주변의 친밀한 관계에서 이웃과의 사회적 관계로 확장되면서 생기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필요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정의하며 개개인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사회적 역량을 축적하고 이 사회적 역량은 개인의 행복감과 삶의 질을 좌우함을 강조하였다. (김상민 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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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랑 님은 지원주택 거주 후 이웃과 함께 어울려 가는 삶을 ‘좋은 삶’으로 비유하며 관계 맺고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역량을 습득하였다고 한다.


“내가 살다 보니까,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같이 두루두루 잘 사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서로 챙겨주면서.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여기 밑에 언니 보고 너무 많이 배워요. 사람이 너무 착해요. 공중도덕도 잘 지키고 사람 배려를 많이 해요. 그런 면을 제가 이제 보니깐 좀 많이 배워나가는 것 같아요. 내가 존중받으려면 남을 먼저 존중해줘야 하잖아요. 그런 마인드로 생활하고 있어요.”

—이혜랑 님


장애와 질환,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는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연립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식 수준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구조화된 차별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모두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정책이 속히 시행되었을 때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혜, 2019)


이를 전제로, 개인의 고유함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화하기 위해 개개인의 욕구와 필요에 맞는 사회적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각자의 고유한 ‘좋은 삶’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